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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외계인의 침공에 대처하는 인류의 자세, <지구가 멈추는 날> 外

by 낭만_커피 2009. 1. 8.

인류를 구원하고자 고군분투하던 네오(<매트릭스>)의 임무는 끝났다. 한동안 달콤한 로맨스도 즐기고 형사와 퇴마사를 거치더니, 몸이 근질거렸나보다. 키아누 리브스가 이번에는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으로 분했다.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을 없애기 위해 파견된 파괴청부업자로. 인류에 대한 회의와 환멸로 네오가 정반대로 돌아선 건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이 영화는 리메이크작이다. 1951년 작 로버트 와이즈의 SF영화인 <지구가 정지된 날>이 오리지널이다. 원작은 우아하고 지적이었다. 외계의 침공은 명백히 은유였다. 전쟁에 중독된 양 타인을 향한 공격을 일삼고 자기보호를 명분으로 핵무기를 만드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경고하기 위한. 그러나 리메이크는 좀더 볼거리에 치중했다. 현 시대의 상황과 고민을 재창조해서 구겨 넣느니, 그저 스펙터클만 키웠다. 그래, 시대가 변한 거다. 지금은, 스펙터클의 현시에 더 치중하는 시대다.



슈퍼히어로의 창궐에 식상하신가. 그렇다면 여기 ‘슈퍼도그(Superdog)’는 어떤가. 이름 하여, ‘볼트’. 화이트 저먼 셰퍼드 종이다. 생각만 해도 귀여워~ 그렇지? 온순하고 맑은 눈과 기다란 귀에 눈처럼 하얀 털로 덮인 완소견. 그러나 실사는 아니다. 3D 애니메이션이다.

볼트는 막강 TV스타다. 입을 열고 한번 짖으면 사방이 들썩거린다. 악의 무리와 거침없이 싸우면서 정의를 지키는 슈퍼도그다.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슈퍼스타인 볼트가 어쩌다가 할리우드의 촬영장을 떠나 도달한 곳이 뉴욕!. ‘품 안의 개’에서 벗어나다보니, 모험은 불가피하다. 주인 ‘페니’에게 돌아가기 위한 완전 귀여운 개쉐이의 좌충우돌이 시작된다. 힌트가 하나 있다면, 견공판 <트루먼쇼>다. 혹시 아이가 있는데, <벼랑 위의 포뇨>를 놓쳤다면, <볼트>를 보여줘라. 아이에게 욕 들어먹기 전에. 또 한 가지 Tip. 보고 나서 아이가 볼트 사달라고 조를 수도 있다. 그건 나도 모른다. 알아서 하시라.



샤를리즈 테론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만남이다. 우, 뭔가 찌릿하지 않나. 그 이름만으로 도저한 관능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것 같다. 멜로드라마에 전쟁까지 곁들였다. 구도는 예의 익숙한 구도다. 남자 1명에 여자 2명. 뭔가, 삼각의 냄새가 풍기지? 한번 빠지면 한 축이 무너지지 않는 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이 구도인데, 이건 좀 기묘한 삼각구도다.

처음은 단순히 게임이었다. 캠브리지대학의 모범생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의 기숙사에 어느 날 길다(샤를리즈 테론)가 황급히 숨어들게 되고 사랑은 시작된다. 그러나 어김없이 두 사람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생기고, 3년 뒤에나 해후하게 된 두 사람. 가이는 길다를 놓치 않으려 하나, 길다 옆에는 미아(페넬로페 크루즈)가 있다. 기묘하게 동거를 하게 된 세 사람. 행복했으나, 이번에는 전쟁이 터진다. 서로 너무도 다른 그들은 삐걱대기 시작하고, 운명은 자꾸 그들을 시험에 들게 만든다.

시네마유람객 ‘토토의 천국’(procope.org)

영화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비일락’은 그래서, 나온 얘기다. 그리고 영원히 영화와 놀고 싶은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음식은 1분 만에, 음악은 3분 만에, 영화는 2시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말도 믿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사유하는 세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겐, 가슴 뛰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생의 숨 막히는 순간을 만나다는 것 혹은 생을 감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몰링'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