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때를 아는 좋은 비, 호우시절
호우(豪雨) 쏟아지는 날의 여름 오후. 비는 창을 때리면서, 땅을 향하면서 소리를 낸다. 정제될 수 없는 그 소리와 재즈 피아니스트 켄타로 키하라(Kentaro Kihara)의 선율은,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음악을 빚어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응한다. 알싸하게 핸드 드립한 LOBODIS 커피의 산미, 역시 비의 감흥을 북돋고.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호우시절(豪雨時節). 허진호는 늘 내 안에서 비가 나리도록 만들었다. 나는 허진호의 4편 장편, 어느 하나 좋지 않은 게 없었다. (혹평 많이 들었던 조차도, 내겐 아득함. 그들의 흔적이 깃든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계절이 끝나면, 찾아온단다. ! 호우(豪雨) 나리던 날, 느닷 없이 가을을 기다리는 이유가 생겼다. 그렇게..
2009.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