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1 하얀 밤 펼쳐진 사랑 안에서 머금은 코스타리카 타라주 모두가 잠든 밤. 밤안개가 살포시 기침 한번 하고 지나갈 것 같은 그런 밤. 그리고 전날 내린 눈이 세상 가득한 눈꽃을 피우고 있는 어떤 밤. 바퀴벌레 한마리 슥 지나가다가 눈에 그만 미끄덩 발을 헛디뎌, 버둥거리고야 말 것 같은 꽉 찬 한밤. 그리고 그 곳은 어느 한적하고 눈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어느 공원. 그 공원이 품은 공기를 공유하면서 새초롬한 불빛에 의존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거니는데,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대낮 같은 풍경. 아뿔싸, 새하얀 눈밭을 뚫고 땅 밑에서 솟아난 듯한 촛불들의 향연. 하트 모양으로 대열을 이룬 촛불들의 공간이 불쑥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잔 하라고. 드립포트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 펄펄 끓고 있고, 서버와 드리퍼가 그 옆에서 물 세례를.. 2008. 11.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