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두 세계의 연결과 그 사이를 메우는 어떤 상상, '희랍어 시간'
한강. 처음 만난 한강은, 손을 강하게 힘을 주면 '쨍'하고 깨질 것 같은 컵 같다고 생각했다. 혹은 발에 무게를 실으면 쩍 갈라지는 강에 낀 얼음. 《희랍어 시간》이 그랬다. 위태로운 듯 섬세하고, 여린 듯 강했다. 아울러, 뭔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전 작품, 《바람이 분다, 가라》, 《채식주의자》 등에 대한 언급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의 평을 본 적은 있으나 첫 만남은 이번 《희랍어 시간》이 됐다. 두 세계의 만남은 안개 낀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다. 한치앞을 보기 힘드나, 걸어가다 보면 호수의 냄새에 천천히 젖고, 호수와 길이 맞물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경험. 그리고 좀 더 호수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에 더듬이를 세울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두 세계는 촘촘하지 않다. 그래서 독자는 그 세계..
2012.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