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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

노블레스, 좋아 죽거나, 별로라 덮거나

by 낭만_커피 2011. 11. 18.

만화는 다른 어떤 책보다 개인의 미세하고 까탈스러운 결인 취향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지 않나 싶다. 이야기라는 장르 자체는 같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그림과 텍스트를 바라보는, 혹은 대하는 태도나 자세가 달라진다.  

만화는 그래서 독자와 만나는 첫 인상이 더 중요하다. 계속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 아닌 책이라도 다르지 않으나, 만화는 즉자적인 반응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노블레스》는 내 취향이 아니다. 회당 조회수 300만, 누적 조회수 6억의 이른바 '대박' 웹툰이자 인기 만화라지만, 나는 그냥 1권을 보고 판을 덮었다. 어떤 끌림도 없었다. 더 보고 싶지 않다, 그 생각이었다. 

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왜 놓치느냐, 니가 《노블레스》를 아느냐, 와 같은 타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닌 걸 어떡해. 뱀파이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닌데, 《노블레스》1권이 더 이상 날 흡입하지 못하더라. 어쩌겠어.

나는 《노블레스》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그냥 코드가 다를 뿐이다. 그럼 무슨 과냐고? 만화를 좋아하지만 웹툰에는 큰 흥미가 없던 날 거침 없이 당겼던 건, 《순정만화》와 《위대한 캐츠비》였다. 이후론 현재까진 없다. 다만, 단행본 출간된 《살인자 O난감》엔 뿅 갔다. 저자인 꼬마비.노마비, 오 멋있더라~ 그 이야기도 조만간 꺼내놓겠다. 

《노블레스》의 두 작가, 손재호, 이광수의 이야기를 들었던 지난달의 내 기록이다. (사진은 예스24 관계자)


“노블레스, 지금까지 온 만큼 연재 이어질 것”
『노블레스 NOBLESSE』 손제호․이광수


회당 조회수 약 300만, 누적 조회수 6억.

이 엄청난 숫자로 상징되는 웹툰이 있다. 매주 화요일,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열심히 손을 놀리고 모니터에 코를 박는다. 820년간의 긴 수면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라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노블레스 NOBLESSE』 때문이다.

『노블레스 NOBLESSE』는 한국산 뱀파이어다. 『트와일라잇』 『렛미인』 등의 해외 뱀파이어 작품이 영화 등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키는 동안, 한국에서는 웹툰을 통해 뱀파이어가 등장했다. 2007년 연재가 시작되면서 독자들을 사로잡은 『노블레스 NOBLESSE』는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계속 수성하면서 영화 판권 계약도 진행 중이다.

이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킨 두 명의 작가가 있다. 스토리를 담당하는 손제호 작가와 그림을 담당하는 이광수 작가. 두 사람이 『노블레스 NOBLESSE』 단행본 출간 기념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달 27일, ‘아름다운 책 人터뷰’가 펼쳐진 롯데시네마 영등포관. 두 작가와 함께 『노블레스 NOBLESSE』와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본 시간을 중계한다.

먼저 출판사 관계자와 나눈 『노블레스 NOBLESSE』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다. 

『노블레스』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이광수 (이하 광) : 라이는 수정을 많이 한 경우다. 처음에는 자유분방했었다가 지금의 라이가 탄생했다. 재호형과 상의해서 캐릭터를 만든다.

손제호 (이하 호) : 라이는 말수가 별로 없다. 그래서 한 쪽에 물러나 바라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메인 캐릭터가 말도 별로 없고, 행동도 없다. 이런 캐릭터는 전에는 별로 못 봤을 것이다. 동양적인 뱀파이어를 창조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다. 광수를 닦달해서 지금의 비주얼로 만들었다. (웃음)

프랑켄슈타인은 튀어서도 안 되고 죽게 되면 주인공의 보조를 못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실은 내 욕심 때문에 태어난 캐릭터인데, 주인공 옆에서 집사 같기도 하고, 때론 부모 혹은 옆에서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됐다.

개그요소가 많다. 어느 작가가 더 밀어붙이며, 누구의 개그센스인가?

광 : 개그는 재호형 손에서 나온다. 재호형은 개그라고 생각 안 하는데, 독자들은 개그코드로 받아들인다. (웃음) 나도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다. 초반에는 전달이 잘못되고 수정도 많았다. 지금은 적응이 잘 돼서 어디가 포인트인지를 안다. 재호형은 계속 개그가 아니라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포인트라고 본다.

호 : 광수가 얘기를 했듯, 웃기려고 넣은 게 아니다. 작업을 할 때 내용과 캐릭터에 빠지는 스타일이다. 이 캐릭터가 지금 같은 분위기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넣은 건데, 독자들이 개그라고 생각한다. 굳이 웃기려고 행동을 이상하게 하지 말라고 광수에게 얘기했는데, 왜 자제를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한 거다. 분위기를 진중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광수는 개그라고 생각했고, 나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개그코드가 됐는데, 웃기려고 넣은 건 아니다.

라면을 일부러 불려먹는 장면이 많다. 실제로 그렇게 불려 먹은 적 있나? 라면을 평소에도 즐겨먹나?

광 : 라면을 즐겨먹는다. 오랫동안 먹어왔다. 어렸을 때 집이 슈퍼를 했는데, 친구들이 놀러오면 어떤 라면을 끓여줄지 늘 물었다. 그러나 라이처럼 불려 먹진 않았다. (웃음) 지금도 작업하면서 바쁘면 컵라면으로 많이 때운다.

호 : 라이 캐릭터를 만들 때 서구적인 뱀파이어로 잡지 않았다. 라면하면, 일본이나 서구에도 면이 있으나, 인스턴트 라면은 우리나라가 알아주잖나.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라면을 먹으면 어떨까 궁금한 적이 있었고, 라이에게 화학조미료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웃음) 처음엔 라이가 썩 좋아하진 않지만, 라면보다 조미료 맛에 빠져서 좋아하게 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라이는 라면이 붓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많이 먹고 싶어서 불기를 기다리는 거다. 양이 많아져서 심리적인 만족감이 큰 거지. (웃음) 


노블레스 인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나? 인기비결이 있다면?

광 : 가끔 당구를 치러 가는데, 한 번은 마흔 살 넘은 분이 『노블레스』를 보고 있는 거다. 10~20대가 많이 볼 것 같은데, 나이 드신 분들도 봐 주시는 것을 보고 (인기를) 실감을 했다. 아버지 직장에서 봐 주신다는 분도 많고, 친구나 친척들이 『노블레스』를 안다고 할 때, 인기를 실감한다.

호 : 나는 인기가 많다는 게 피부로 잘 안 느껴진다. 연예인도 아니라 노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가장 많이 느낄 때는 악플이 많이 달렸을 때? (웃음) 중반까지는 악플을 다는 분이 별로 없었다. 최근 들어 유난히 많이 달릴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내용이 없으면 불편한 마음을 피력하시더라. 옛날에는 좋아하는 분들만 봤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보는구나,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악플이 있다면?

호 : 내용을 질질질 끈다는 악플이 기억에 남는다. 응원하는 분이 많은 만큼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겠거니 했는데, 질질질 이라는 악플이 한때 엄청 나올 때가 있었다. 그땐,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지. 스토리를 맡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지적을 하는 거고, 내가 맡은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한 거다. 스토리를 끌고 있다, 이렇게 하면 되는데, 질질질 이라는 부분이 그땐 참 거슬렸다. (웃음) 그게 기억에 남는다.

노력을 많이 하는데, 독자들이 안 알아주는 건가?

광 : 최근 그림체에 대해 악플이 많이 달리고 있다. 악플이 이래서 무섭구나 싶다. 그림체가 요즘 많이 변화돼서 걱정을 많이 해주는 독자들도 있다. (그림체가) 변화하는 과정에선 중간이 가장 안 좋은데, 그 기간에 추석이 있었고, 책 작업과 병행하다보니 힘들었다. 그런 기간이 끝났으니 최선을 다해 멋있게 그리도록 노력하겠다.

호 :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힘들 때가 많다. 가끔은 답답한 게, 일부러 (스토리를) 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다. 호흡이나 진행에서 그리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고, 웹툰이라는 형식이 잡지 출간 만화보다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월간지, 주간지, 격주간지 등이 사라지다보니 나온 단행본으로 접하는 분도 많다. 웹툰은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으니 답답한 면도 있을 거다.

그래서 나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풀고 싶은 건, 일부러 오래 연재하려고 끄는 것이 아니다. 나도 넘어가고 싶을 때가 굉장히 많다. 캐릭터가 여기에 멈춰있을 것이 아니다. 보여줄 것은 아직 멀었는데,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 내용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억지로 끈다는 오해가 가장 힘들다. 열심히 하겠다. (웃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 : 처음 시작하는 만화인데,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 재호형 스토리 힘이 큰데, 이렇게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호 : 광수에게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하면서 시작했다. 생각 이상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무척 감사드린다. 이런 자리를 빌려 꼭 감사드리고 싶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질질 끈다는 소리 안 듣고, (웃음) 『노블레스』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길 듣고 싶다. 사는 게 쉽지 않은데, 잠시라도 일탈을 꾀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독자들과 나눈 질의응답

웹툰을 매주 기다린다. 얼마나 더 연재할 건가?

(호) 작품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은데, 갑작스레 사고가 나면 (연재를) 멈출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고. 스토리를 질질질 끈다는 얘기만 안 한다면 오래 연재할 수 있다. (웃음)

나는 (노블레스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까지 연재한 만큼은 되지 않을까. 장담은 못 드리겠지만 지금 진행 상태를 놓고 보면, 50% 가량 된 것 같다.

만화가나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광) 만화가를 꿈꾼다면 힘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인생을 걸고 도전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자기 그림체를 만들기보다 연출이나 구도 등을 공부하는 게 좋겠다. 스토리까지 하고 싶다면 인터넷카페 같은 곳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겠다. 뭣보다 많이 접하고 그려보는 게 가장 좋다.

(호) 대놓고 수입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분도 있다.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연봉이 얼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웃음) 금전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화를 추천하고 싶진 않다. 우리나라에선 너무 힘이 든다. 매우 좋아하고 꿈꾸기 때문에 직업으로 삼는 건 응원하고 싶다.

그러나 단지 돈을 벌고 싶어서라면, 금전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작가 역시 추천하고 싶진 않다. 학교나 부모, 친구들과 동떨어져서 글만 쓴다는 것도 추천 안 하고 싶다. 1~2년 할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어떻게 웃고 떠들고 실없이 지냈는지를 모르면 글을 계속 쓸 수가 없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놀면서 직업으로 작가를 선택한다면 그건 추천하고 싶다.

작은 딸이 『노블레스』의 광팬이다. 어떻게 이렇게 팬들을 열광시켰다고 생각하나?

(호) 처음 타깃은 10~20대 초반이었다. 작가로선 (처음에) 될 거야, 라고 생각하고 만드는데, 운이 좋았다. 심지어 나는 일찍 죽은 캐릭터를 좋아했는데, 그 캐릭터를 좋아하고 찾는 사람은 없더라. (웃음)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영화화되면 라이에게 어울리는 배우는 누굴까?

(광) 라이역을 누가 맡을 지 생각을 안 해봤다. 음, 국내 배우중에는 강동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소지섭도 괜찮고.

(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라이는 없는 사람을 창조한 것이다 보니 그렇다. 국내나 해외 배우를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가면 상상력을 제한돼서 그걸 배제하는 편이다. 질문한 분에겐 미안하지만, 내 작업 방식의 특성상 그런 것은 생각을 안 해봤다.

애인 있나?

(광)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고, 지금 잘 만나고 있다.

(호) 결혼을 했다. 애인 있냐고 질문해줘서 고맙다. (웃음)

주인공의 러브라인에 대한 계획이 있나?

(호) 주인공 러브라인이 있다고 하면,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창작자 입장에선 선을 긋고 가는 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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