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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날다, 펭귄! : 펭귄을 날 수 있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

by 낭만_커피 2010. 11. 27.
이런 분들, <날아라 펭귄> '강력 추천'(강추)!!!

· 내 아이의 취향·기호·성향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영어교육 시켜야한다고 뎀비는 부모.

· '사랑하니까'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러기'가 되길 자처하거나 등 떠밀리는 부모.

· 조직의 명령이나 회식이라는 명목으로,
술이나 음식 등에 대해 타인의 취향을 인정않는 상사나 선배.

· "소는 누가 키워, 누가!"라며 윽박질러야만,
자신의 권위가 서고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하고 마초 혹은 가부장.

· 한국 사회엔 많은 문제가 있으며,
이 문제(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픈 사람.

· 뭣보다, 다양한 영화적 재미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추!!!

· 아울러,
펭귄의 비상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 (여기여기 다 붙어라!)

지난 9월15일 임순례 감독님을 뵀다. 꾸벅, 감독님, 안녕하세요. :)
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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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펭귄은 날지 못한다.

그래서 펭귄은 슬플까. 글쎄, 그건 모르겠다. 저 푸른 하늘을 날고 있는 새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건, 날지 못하는 자의 편견일지도 모르니까. 또 한편으로, 어쩌면 펭귄은 우리가 보지 않을 때,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펭귄은 우리에게 자신이 비상하는 것을 보여주기 싫을 수 있다. 인간 몰래, 날개를 펼치고, 해수면을 활공할 지도! 그러니까, 날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 앞에서 날지 않는 것일지도…


여하튼, 펭귄은 조류고, 날지 못한다고 인식되는 몇 안 되는 조류의 하나다. 그렇지만 펭귄은 대부분 사람에게 귀여운 존재다. 동물원에 가둬 그들을 관상하는 게 그닥 편치 않지만, 인기가 좋은 건 사실이다.

그 귀여움 한편으로, 일상에서 통용되는 펭귄의 이미지는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많은 경우, 썰렁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존재가 펭귄이다. 혹은, 날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연수나 유학 등을 핑계로 해외에 가족을 보내놓고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을 펭귄에 비유한다.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의 얘기를 한 번 보자.

“임순례 감독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손잡고 만든 영화 「날아라 펭귄」 3부의 주인공은 기러기아빠 권과장(손병호)입니다. 권과장은 동료들에게 기러기, 독수리, 펭귄 아빠의 차이를 자조적으로 설명합니다.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아이를 보러 가는 아빠는 기러기, 돈이 많아서 수시로 드나드는 아빠는 독수리, 돈이 없어서 공항에서 손 흔들고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하는 아빠는 펭귄이라는 것이지요. 사회복지과에서 근무하는 권과장은 공무원 신분이라 기러기보다는 펭귄 쪽에 가깝습니다. 기러기생활 4년째에 접어든 그는 닭고기만 먹어도 부하직원들에게 같은 조류를 먹는다고 놀림을 받습니다.”( ‘미친 교육과 펭귄의 시대’, p.27)


펭귄 아빠. <날아라 펭귄>에 그렇게 등장한다. 맞다. 현실이다. 어떻게든, 자식 잘 되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많은 부모가 스스로 ‘펭귄’이 된다. 스스로, 라고 말했지만, 따지자면 사회가 강요한 구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되고 말 거라고 겁박하고, 협박하며, 명박(?)하는 우리 사회. 그 노예적 구조에 포박된 많은 사람들. 영화는 그런 우리네 풍경을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도 우리네 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일상의 교육문제부터, 직장 내 채식주의자가 맞닥뜨리는 곤혹스러움, 한평생 권위만 내세웠던 퇴직가장과 아내의 갈등까지, 영화는 일상의 차별적 풍경을 그려낸다. 지난 9월15일, 서울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 개봉 1년 여가 지난 시점이지만 <날아라 펭귄>이 상영됐고, 임순례 감독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한 관객은 이렇게 감상평을 말했다.


“영화가 참 훈훈하다. 정말 가족들과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한다. 영화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펭귄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펭귄이)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유토피아를 바라면서 닿을 수 없는.”


<펭귄이 하늘을 날다 :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의 한 장면.
일본 훗카이도 아사히카와 시에 있는 동물원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폐원 직전의 동물원을 되살리고자 노력하는 원장과 그 직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펭귄이 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날면 행복할지 알 수 없지만, 어떤 펭귄은 날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런 펭귄이 펭귄 사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임순례 감독은, “영화의 기능 중 하나가 나의 생각, 감정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펭귄을 다시 생각했고, 우리네의 펭귄적 풍경도 곱씹었다. 이 영화, 좋은 영화다. 사유를 하게 한다는 것, 좋은 영화가 가진 미덕이니까.

지난 9월15일, 서울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날아라 펭귄>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가 상영된 뒤,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이 우선 임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작품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