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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wn Coffeestory

감성노화를 막는 한 가지 방법, ‘착한커피’

by 낭만_커피 2009. 1. 4.

감성노화를 막는 한 가지 방법, ‘착한커피’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에게 듣는 공정무역 커피이야기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때다. 계절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도 지금은 삭풍 부는 시기다. 걱정은 많아지고, 고민도 깊어간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은 더욱 퍼석해질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황이 영혼을 잠식한다’. 그래서 우려되는 건, 감성노화! 몰링 독자들의 감성노화를 막기 위해, 여기 한 잔의 커피를 권한다. 커피에 담긴 감성, 커피가 주는 한 자락의 위로도 좋지만,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소개한다. 이 커피 한잔이면 오늘 하루, 당신의 감성은 너끈하게 촉촉해진다. YMCA연맹 커피사업부 ‘카페 티모르’의 조여호 대표의 도움말을 들어 당신에게, 권한다. ‘착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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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라이턴 지역에 위치한 ‘피플스펍(People's Pub)’.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지역민들의 신망을 받는다. 장사가 잘 된단 얘기다. 컨셉트는 ‘도네이션 바(Donation Bar)’. 그게 뭐냐고? 주인장인 마틴 웹은 “술 팔아 번 돈 중 일정액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문을 열었다. ‘내가 낸 술값이 지역 발전을 돕는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가게에 걸려있고, 기부내역은 정기적으로 발표한단다. 피플스펍은 지역주민들의 음주 개념을 바꿨다. 음주는, 단순유흥이 아닌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이 됐다. 고객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술을 마시는 행위가 곧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데, 왜 지갑을 열지 않겠는가. 여기서 지갑의 열림은, 곧 마음의 열림이다. 술 마시고 뿌듯해지는 일, 그리 흔한가. 그럼에도 피플스펍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즐거운 음주고, 착한 소비다. 브라보~ 지화자~ 건배~


피플스펍의 사례에서 보듯, 요즘 사람들, 현명하다. 또 어찌 보면 까칠하다. 소비활동이 소비만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돈 들인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 자연스레 좋은 일도 겸하게 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법. 심리나 마음에 기인한 어떤 만족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착하면 즐겁다는 것. 이는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은 말이잖나. 착한 일 하면, 절로 흐뭇해지는 경험, 설마 한 번도 못해 본 건 아니겠지!


그래서 이런 소비, 굳이 이름 붙이자면 ‘현명한’ ‘윤리적인’ ‘착한’ 등을 ‘소비’ 앞에 장착할 수 있겠다. 내가 소비한 상품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오호, 매력적이지 않은가. 바꿔 말하면, 이건 ‘즐거운 소비’다. 스스로 즐겁기 위해, 내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기 위한 소비니까. 같은 돈 쓰는 것, 이왕이면 착한 소비, 즐거운 소비를 하면, 더욱 좋지 아니한가.


커피콩을 다루고 있는 동티모르인들

‘공정무역커피’. 이른바 ‘착한커피’로 불리는 이 커피가, 당신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즐거운’ 커피다. 공정무역(Tip 참조)을 통해 조달된 이 커피는 더디지만, 조금씩 사람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잠시, 커피를 얘기해보자. 전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음용을 많이 하는 음료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취향의 음료이기도 하다. 국제원자재시장에서 부피 기준으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된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25억 잔 이상 팔린다. 이 정도면 그 커피가 얼마나 우리 삶에 밀착돼 있는지 알만하지 않나. 그런 한편으로 커피는 세계적인 부의 불균등 문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이기도 하다.


착한커피는 그 불균등 문제에 조금이라도 균열을 내기 위한 시도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커피재배지(커피존)는 대부분 이른바 ‘못 사는’ 나라에 집중돼 있는데, 대부분 거대 커피자본은 커피를 헐값에 사들인다. 커피 생산자(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쥐어주지 않고, 비자발적 아동노동 등에도 눈 감는다. 커피존 국가에서 커피는 주요 국가수입원인데, 불공정거래는 이들 나라의 경제․정치․사회 안정과 환경에 영향을 주며 마약시장 확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착한커피는 그래서 정당한 값으로 커피를 구매하고, 판매이윤을 커피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간접적으로 돕는 방식이다. 즉, 착한커피에는 좀더 바디감이 풍부하고 산미가 좋은 사람의 향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미니인터뷰)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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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맛 좋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 좋던데?

“동티모르 싸메지역의 2개 마을에서 채집되는데, 농약 없이 자연적으로 자라난 커피들이다. 강한 쓴맛이 나긴 해도, 개운하고 좋은 쓴맛이라는 평도 들었다.”(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와 호주대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370여년 간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가 1999년 독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통치를 받았으며, 2002년 완전 독립했다. 400조 규모(추정치)의 천연가스와 원유 등 자원부국이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은 50여만 원(해외 원조금액 등을 모두 합친 추정치)으로 아직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 마을주민들을 위해 어떤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나.

“ 동티모르에 학교를 만들고 컴퓨터 등을 놔주는 비용 일부가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나오고 있다. 커피 품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가공기계를 현대화한 상태다. 현재 마을조합도 추진하고 있는데, 커피 재배에 대한 주민들 인식이 부족해 촌장 할아버지의 땅 일부에 묘목 작업을 하면서 설득작업을 하고 있다. 부녀자 피임교육과 건강교실, 의약품 공급 등 주민복지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청년영농지도자를 한국에서 유학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아직 공정무역커피 인식이 부족한데, 어떤 계획이 있나.

“ 커피하우스 체인을 늘려가면서 공정무역커피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는 한편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좀더 많은 커피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인식 확산도 중요한 문제다.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도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할 텐데 아직은 인식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은 여전히 캠페인이고 운동이잖나. 비정부기구(NGO)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본이나 제도도 없는 상태다. 공정무역 커피도 커피시장에서 산업적인 데이터도 없고. 어쨌든 이런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고 중요하다.”


고로, 이런 불황의 목전, 경기침체의 공포 앞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것, 낭비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필요하다. 내가 힘들 때, 도와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은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단 것, 잘 알잖나. 그것이 또한 감성노화를 막는 길이다. 이런 시기, 감성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등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감성노화를 막기 위해서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체의 젊음을 가꾸려고 보톡스나 태반주사를 맞듯, 마음이나 감성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조치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신체에 쓰는 돈보다 훨씬 덜 든다는 사실. 커피가 감성을 촉촉이 적셔줄 수 있음도 분명하지만, 착한커피는 당신의 자부심과 세계를 아우르는 개념도 덤으로 탑재시켜줄 수도 있다. 커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그것은 분명 하나의 세계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있다’(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커피를 마실 때, 누군가 커피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가꾸고 수확했음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당신과 나의 우주가, 지구와 안드로메다 사이가 아니듯 말이다. 불황기, 당신의 감성이 살아남길, 건투를 빈다!


참, 11월30일(일)까지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카페쇼 2008’를 찾아도 좋겠다. 커피는 물론, 착한커피도 맛볼 수 있겠다. 이번 주 감성은 늙지 않겠다. 다행이다.



Tip. 공정무역

거대자본을 가진 소수만 돈을 벌고 다수는 손해를 보는 구조가 지금의 주류 무역체계인 ‘자유무역’이다. 쉽게 말하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해 만든 상품이, 어딘가에서는 비싼 값에 팔려 판매업자의 주머니를 불린다. 공정무역은 이런 불공정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대안의 무역체계다. 생산자(노동자)는 최소한의 공정가격, 즉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한다. 또 초과이익(판매이윤)이 발생하면 사업이나 공동체에 재투자, 가난한 생산자(노동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일은 더 나은, 더 관대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실천 방식이다. 공정무역은 지구상의 빈곤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2008년 여름 동티모르커피산지 견학 당시의 모습(사진제공 카페티모르)



Tip. 서울에서 ‘착한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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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

카페 티모르 이대점(서대문구 대현동, 02-365-7891), 남대문점, 신림점

아름다운 카페 (종로구 재동, 02-736-0660)

6:02 (강남구 신사동, 02-445-3083)


쇼핑몰

피스커피 www.peacecoffee.co.kr

아름다운 커피 www.beautifulcoffee.com

페어트레이드코리아 www.ecofairtrade.godo.co.kr

공정무역가게 울림 www.fairtra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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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스토리텔러 김이준수


어느 날, ‘커피’가 심장에 박혔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던 십여 년 직업생활을 때려 쳤다. 그리고 지금, 커피를 생의 중심에 두고, 커피공부를 계속하면서 커피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커피하우스 이름은 가칭, ‘세 번째 첫 사랑’! 지금은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커피와 스토리텔링을 엮은 커피하우스에서 평생 커피 향 맡으며, 커피 향처럼 살고 싶다. 당신에게 후지지 않은 커피 한잔을 건네고 싶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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