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간지의 밤, 하악하악
'아~ 지랄~'이라며 눙쳐도 상관 없다만,
호들갑, 좀 떨어야겠다.
그렇다. 폭풍간지의 밤.
그날 밤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다. 하악하악.
생각만 해도 이건 뭐, 오르가슴이 할딱할딱.
아니, '원 나잇 스탠드' 예고하더니,
아주 뽕을 내고 온 거냣? 하고 물으신다면, 응. 끄덕끄덕.
뭔 일이 있었는지, 테이프를 Rewind 해보자.
사건일지1.
그러니까,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2009 치고달리기(HIT&RUN)에 살짝 발을 담궜단 말씀.
잠깐, 세계인권선언일과 서독제가 뭔 상관?
음, 그건 그래.
굳이 세계인권선언일에 서독제 개막일정을 맞춘 건 아닐 테고.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해 두지.
그래도 '통'하는 건 있지.
뭐냐고? 재미!
인권이 재미없다는 건 편견.
사람답게 산다는 것,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어딨나. 그 인권 충만한 느낌이 재미 아니겠나. 워낙 인권이 개무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시대다보니, 인권이라고 하면 그저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해서 그렇지.
서독제의 재미야, 지난해에도 언급했으니, 이걸로 퉁 칩시다.
☞ 연말 술자리보다 더 알싸하고 짜릿한, 이건 어떤가! <서울독립영화제2008>
보슬비가 살짝 내 뺨을 스치던 그 밤, 뚜벅뚜벅 찾아갔더니,
아니 이게 뭬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장률 감독님(<망종> <경계> <중경> <이리> 등)을 위시하여, 경순 감독님(<쇼킹패밀리>), 장형윤 감독님(<무림일검의 사생활)...
아, 잠깐 여기서 장형윤 감독님의 인간성에 반한 한가지 사건.
테이프를 더 앞으로 돌려서.
지난 9월 시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신카이 마코토전.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를 만나러 갔더니,
마침 장형윤 감독님 GV시간까지.
지난 2월 문래동 랩39에서의 독립영화상영전 때 이후 다시 방가방가~
GV시간에 주최 측에서 퀴즈였나? 뭐 그런 걸 내면서 시네코드의 영화표를 많지도 않은 관객들에게 나눠줬는데, 어쩌다 마지막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몇명 나왔다. 나도 그 자리에 꼈는데.
영화표는 사람 수에 비해 모자라고.
아니, 그때, 장형윤 감독님이 냉큼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극장측에서 준 자신에게 준 영화표를 함께 나눠주겠단다. 이거 나누면 되지 않냐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가 보면 되지 않겠냐고.
가슴이 뭉클뭉클. 아무 일 아닌 것 같지만, 이거이거 쉽지 않은 일이다. 덕분에 나는 영화표를 받았고, 그 표로 꽤나 좋은 영화 <여행자>를 봤다는 사실. 늦었지만, 정말 고맙. 꾸벅.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두구두구둥~ 등장하는 불나방스타 쏘세지 클럽.
얘기는 종종 들었다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본 것은 처음.
아무래도, 서독제는 붕가붕가를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지면 나는 어떡해~
지난해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이더니, 이번에는 불쏘클이라니.
사진으로만 봤지만, 실제 본 아우라, 와우~ 장난 아니다.
콧수염에 선글라스, 모자, 패션... 느와르마초의 간지가 완전 폭풍이다.

사진 빌려온 곳 : 서독제 홈페이지(www.siff.or.kr)
얼터너티브 라틴음악을 표방했지만... 실은 얼치기라네~
어쨌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데, 아주 뿅~갔다.
간드러지게 혹은 신파적으로 작렬하는 음악이 거의 황홀경이다.
리더 조까를로스는,
어눌한 듯 하면서도 할 말 다한다.
말투가 아주 장기하와 비슷하다. 붕가붕가의 특징이냐!
특히, 마지막 곡 [석봉아]에서는 까무라쳤다.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랩, 아주 죽어죽어.
(하나 고해성사하자면, 우리 어릴 적, 우리 살던 동네 (성)호기심천국 아해들에게 '석뽕'이라는 이름은 섹스행위의 의성어로 주로 활용됐었다.^^;;; 물론 노래는 이것과 전혀 상관없는데,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서 혼자 낄낄낄...)
잘 노는 아해들이라서 반갑고,
더구나 간지나게 놀아서 짜릿하고,
좌중을 후덜덜 쩔게 만들어서 더욱 흥겨웠던 불쏘클의 무대.
이, 고질적 신파도 사랑하게 될 예감? 유후~
나도 꼭 개발새발 밴드 결성하리라. 훅.
서독제2010에도, 역시나 붕가붕가의 멤버를 꼭 불러주시라.
내가 권장하는 멤버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그렇게 올해도 변함 없이,
권해효 행님이랑 유시현 씨의 사회로 넉살 좋고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던,
서독제 개막식. 쪼아쪼아~
조영각 집행위원장님께서는 작년에 나비 넥타이 매고 오셨더니,
올해는 아니넹~ 나비 넥타이 어울리시드만.ㅎㅎ
이토록 엄혹한 시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줘서 고마웠던 (독립)영화인들과 관객들.
치고 달리기(Hit & Run)로 이 좆같은 시대, 다시금 돌파하자규!~
해효 행님도 감사의 말을 표했지만,
이 겨울과 서독제를 훈훈하게 지탱해주는 자원활동가들에게 나도 캄솨~
아주 아주 듁여줬던 폭풍간지의 밤에 대한 허접한 감상.
사건일지1은 이만.
언제 꼭 서독제 개막식에 나처럼 발을 담궈보시길 권함.
당신도 하악하악, 거릴 걸? ㅎㅎ
아니 그런데, 원 나잇 스탠드 경험담은 어딨냐고? 사건일지2에 고함.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