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드 쭌

케밥, 터키를 맛보는 한가지 방법

낭만_커피 2009. 11. 15. 17:32
일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이 말을 믿고 좋아해요. ^.^
"음식은 1분 만에, 음악은 3분 만에, 영화는 2시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

물론, 1분, 3분, 2시간이라는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죠.
음식이나 음악, 영화가 주는 새로운 경험과 사유를 얘기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아휴~ 세계는 넓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도 아직 엄청 넓어요.
직접 발을 디뎌서 세계와 사유를 넓히는 방법도 있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어떻게 할까요.

맞아요. 해당 국가의 음식을 맛보는 방법이 있죠.
터키. 터키는 인류문명에서도 중요한 역사와 의미를 지닌 국가죠.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형제국이니 뭐니하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던 것이 터키.
축구를 통해 그렇게 접하기도 했지만, 제가 터키를 처음 맛본 것은 커피를 통해서였죠.

터키(식) 커피, 잠깐 얘기할까요?
커피를 발견한 곳은 에티오피아지만, 커피콩을 볶아서 마신 곳은 아라비아 반도였어요.
오스만투르크제국이 아라비아 반도를 지배할 무렵에도 그렇게 커피를 음용했어요.
터키식 커피포트인 이브릭(
Ibriq).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마시는 방법이었죠.
15세기에는 콘스탄티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에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 커피하우스에 마구마구 몰려들었대요.
그 이전에 커피는 이슬람 사원의 철저한 통제 하에 경작되고 관리됐고,
밤 새워 명상을 하는 수도사에게 커피의 각성효과가 도움이 돼서 종교적인 의미가 컸죠.
당시 유럽은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라며, 멀리한 탓도 있지만, 이슬람에서도 유출을 꺼렸어요.

어쨌든 커피하우스는 문전성시였나봐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레 여론이 형성되겠죠?
정치와 예술을 논하고 사상과 철학을 주고 받는 그런 장소로서의 커피하우스.
커피는 곧 '이성을 각성시키는 음료'라고 각인이 됐고,
커피하우스는 시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발생되는 장소가 됐어요.
(프랑스에서는 커피하우스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는 집결지가 되기도 했어요!)

아, 이러다보니 지배층은 당연히 커피하우스를 싫어하겠죠?
오스만투르크의 카이르베그라는 통치자는,
커피하우스를 중심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커피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어요.



어쨌든 터키의 커피는 우리가 지금 흔하게 마시는 에스쁘레쏘 머신이나 드립방식이 아닌,
이브릭(Ibriq)이나 체즈베(Cezve)라는 긴 손잡이가 달린 커피기구가 있었어요.
에스쁘레쏘용 원두보다 더 곱게 갈아서 이것을 넣어서 물을 넣고 끓이는 방법이었죠.
커피는, 진~하고 걸죽~합니다. 커피 공부하면서 마셔봤어요.
당시 터키사람들은 커피를 마신 뒤 커피기구 바닥에 남은 커피찌꺼기로 점을 치기도 했다죠.

터키 커피에 대한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캬~ 얼마나 강렬한 맛이면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요.

한편으로 커피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통해 확산됐어요. 그 제국의 몰락과 함께 말이죠.
그렇게, 터키가 세계사에서 가지는 의의만큼이나 커피도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아, 본론이 늦어졌네요.
케밥. 얘기는 들어봤죠. 터키에서 즐겨먹는 요리라는.
터키는 아직 가보질 못했고, 케밥 파는 곳이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맛보지 못했던.

듣자하니, 터키요리가 세계3대 요리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프랑스, 중국 요리와 함께.
흠. 군침이 돌만하죠? 스읍~
케밥의 원래 뜻은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이래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햄버거와 함께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위키백과는 케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케밥(아랍어: کباب 카밥[*], 터키어: Kebap)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유목민들이 쉽고 간단하게 육류를 요리해 먹던 것이 발전한 것이다. 지금은 터키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주로 양고기를 사용하지만 쇠고기와 닭고기를 쓰기도 하며, 빵과 곁들여 한 끼 식사로 애용된다. 케밥의 종류는 지방마다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고기를 겹겹이 쌓아올려 빙빙 돌려 불에 굽는 되네르(Doener, 터키어: Döner) 케밥, 진흙 통구이인 쿠유(Kuyu) 케밥, 쇠꼬챙이에 끼워 구운 시시(Shish, 터키어: Şiş) 케밥, 도네르 케밥에 요구르트와 토마토 소스를 첨가한 이슈켄데르(Ishkender) 케밥 등이 있다.

마침, '더 케밥 스탠드(The Kebab Stand)'라는 케밥전문점이 생겼는데,
2인 식사권이 생겨서 더 케밥 스탠드 신촌점을 찾았어요.



작고 단촐하더군요. 심플해요.
케밥 메뉴도 3개. 치킨, 비프, 치즈.

태어나 처음으로 먹은 케밥.
함께 간 친구녀석은 그날 간식으로 회사 근처에서 생전 처음으로 케밥을 먹었다는데,
저 덕분에 하루에 두번이나 케밥을 먹는 영광(?)까지!

저는 비프, 친구는 치킨 케밥을 시켜서 먹었어요.



음, 뭐랄까.
맛은 깔끔하고 담백해요.
한끼 식사로는 제겐 부족한 수준이지만,
패스트푸드로 만들어진 햄버거보다는 나아요.
패스트푸드 햄버거랑 비교하기엔 정말 자존심 상할 법한.

아주 정통식 케밥은 아닐 법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나온 것이라,
언젠가 정통식 케밥을 먹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이런 패스트푸드 형식의 케밥은,
1971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한 터키 식당의 점원으로 일하던 16실 소년의 작품이라죠?
원래 케밥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터키 땅을 지배하던 당시,
커다란 접시에 케밥을 담아 야채와 빵을 곁들여 여럿이 함께 먹었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케밥을 처음 맛보며,
잠시 터키를 다녀왔어요. 터키의 어떤 역사와 잠시 마주한 느낌.
좀더 그 역사와 문화를 맛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모름지기, 음식을 맛보는 것은 세계를 넓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마주대하는 것 역시, 좋은 경험이 된다는 것.
케밥, 터키 이주노동자의 힘

언젠가 기회가 만들어서,
터키를 찾아 그들이 만들어낸 케밥과 커피를 맛보고 싶어요.
어때요? 함께 가실래요? ^.^ 케밥과 커피는, 제가 쏩니다. 하하.